칭기즈 칸의 손자 훌라구가 페르시아와 중동 지역을 정복하고 세운 나라입니다. '일 칸(Ilkhan)'은 '부하 칸'이라는 뜻으로, 대칸에게 복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칸 자리를 두고 제국이 갈라진 뒤로는 이름과 달리 사실상 독립된 나라로 움직였습니다.
훌라구의 군대는 압바스 왕조의 수도 바그다드를 함락시키며 이슬람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몽골인들은 점차 페르시아의 뛰어난 문화와 이슬람교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수도 타브리즈는 유럽과 인도의 상인이 만나는 시장이었고, 마라게에는 큰 천문대를 세워 별의 움직임을 기록했습니다. 재상 라시드 앗 딘은 몽골과 중국, 인도, 유럽까지 한 권에 담은 역사책 '집사'를 엮었는데, 세계 여러 곳의 역사를 한꺼번에 다룬 책으로는 손꼽히게 이른 시도였습니다.
북쪽으로는 캅카스의 목초지를 두고 킵차크 칸국과, 동쪽으로는 호라산을 두고 차가타이 칸국과 부딪혔고, 서쪽에서는 이집트의 맘루크와 오래 싸웠습니다. 맘루크를 함께 치자며 로마 교황과 유럽 왕들에게 사절을 보낸 일도 여러 번 있었지만, 실제로 손발이 맞은 적은 없었습니다.
1295년 가잔 칸이 이슬람교를 받아들이면서 일 칸국은 페르시아 사람들의 나라에 가까워졌습니다. 세금 제도를 손보고 모스크와 학교를 세웠지만, 1335년 아부 사이드가 후계자 없이 죽자 나라는 여러 조각으로 갈라졌습니다.
훌라구는 우르미아 호수의 샤히섬에 묻혔다고 전합니다. 무덤에 엄청난 보물을 함께 넣었고 그 자리를 아무도 모르게 감추었다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떠돌았지만, 지금까지 무덤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