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냐 왕국은 카스티야와 아라곤이 합쳐져 만들어진 나라로, 16세기부터 합스부르크 가문이 다스렸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광산에서 캐낸 막대한 은이 매년 함대에 실려 들어왔고, 그 돈으로 유럽 최강이라 불린 군대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은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물가가 치솟았고, 전쟁 비용이 수입보다 커져 왕실이 여러 차례 빚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에스파냐 군대의 상징은 테르시오였습니다.
긴 창을 든 병사들이 네모난 덩어리를 이루고 그 귀퉁이에 총병이 붙는 대형으로, 100년 넘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평판을 얻었습니다. 에스파냐는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황제와 같은 가문이었기 때문에 30년 전쟁에서 황제 편에 서서 싸웠고, 동시에 독립을 요구하는 네덜란드 공화국과도 오랜 전쟁을 이어 가야 했습니다.
이 나라는 이야기와 전설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아메리카 어딘가에 온몸에 금가루를 바른 왕이 다스리는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가 있다는 소문은 수많은 탐험대를 정글로 이끌었습니다.
또 1605년에 나온 소설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돌진하는 기사를 그리며, 기사의 시대가 저물고 총과 대포의 시대가 온 당시 분위기를 웃음 속에 담아냈습니다. 1643년 로크루아에서 테르시오가 프랑스군에게 무너진 사건은 에스파냐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유럽에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