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르 제국(1540년 ~ 1556년)은 아프간계 파슈툰족 출신의 명장 셰르 샤 수리가 무굴 제국의 제2대 황제 후마윤을 몰아내고 북인도에 세운 이슬람 제국입니다. 16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존속 기간에도 불구하고, 인도 역사상 손꼽히는 혁신적인 군사·행정 개혁을 단행하여 훗날 무굴 제국의 번영과 현대 인도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제국의 창건자 셰르 샤(본명: 파리드 칸)에 대해서는 흥미진진한 전설이 전해집니다. 젊은 시절 비하르의 총독을 호위하던 그는 갑자기 숲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벵골호랑이를 칼 한 자루로 단칼에 베어 넘겼습니다. 이에 감탄한 총독은 그에게 '호랑이(사자) 군주'라는 뜻의 셰르 칸(Sher Khan)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하사했습니다. 셰르 샤는 뛰어난 지략과 대담한 결단력으로 비하르와 벵골의 아프간 세력을 규합했고, 차우사 전투와 카나우지 전투에서 무굴 대군을 연달아 완파하며 1540년 델리의 황제(파디샤)로 즉위했습니다.
셰르 샤의 치세 동안 수르 제국은 눈부신 내치를 이룩했습니다. 동쪽 벵골의 손나르가온에서 서쪽 오늘날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에 이르는 2,500km 길이의 고대 도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가로수를 심었으며, 2코스(약 8km)마다 여관(사라이)과 우물을 파 상인과 여행자들에게 무료 숙식을 제공했습니다. 이 도로가 바로 유명한 그랜드 트렁크 로드입니다. 또한 순도 높은 은화인 루피(Rupiya)를 최초로 주조하여 복잡하던 화폐 체계를 통일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통화인 '루피'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1545년 셰르 샤는 분델칸드의 칼린자르 요새를 공격하던 중, 성벽에 부딪혀 되튄 화약통이 폭발하는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급서했습니다. 그의 아들 이슬람 샤가 뒤를 이어 강력한 중앙 집권을 유지했으나, 1554년 이슬람 샤마저 사망하자 왕실 내부의 치열한 왕위 쟁탈전으로 제국은 급격히 분열되었습니다. 결국 1555년 페르시아의 지원을 받아 군대를 이끌고 돌아온 후마윤에게 패배하면서, 수르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무굴 제국이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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