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셰비키 지도자 / 소련 초대 인민위원회 의장
"민중에게는 평화가 필요하고, 민중에게는 빵이 필요하며, 민중에게는 토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임시정부는 당신들에게 전쟁과 굶주림만을 주고 지주들의 땅은 그대로 두고 있다."— 1917년 봄 봉인 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귀국한 뒤 즉각적인 종전과 혁명을 호소하며.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 본명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 1870~1924)은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가이자 정치 사상가로, 1917년 10월 혁명을 이끌어 제1차 세계 대전의 동부 전선을 종결짓고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인 소비에트 연방(소련)을 세운 인물입니다.
볼가강 유역의 도시 심비르스크의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레닌은 원래 성실하고 우등생인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1887년, 가장 존경하던 형 알렉산드르가 황제 알렉산드르 3세를 암살하려 한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지면서 그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카잔 대학교에 입학했다가 학생 시위로 퇴학당한 그는 독학으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는 한편,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노동 운동을 조직하다 체포되어 시베리아에서 3년간 유배 생활을 한 뒤(이 무렵 시베리아의 레나강에서 따온 '레닌'이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함), 서유럽으로 망명하여 소수 정예의 규율 잡힌 혁명 정당인 '볼셰비키'를 창설했습니다.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터졌을 때 스위스에 머물던 레닌은 이 전쟁이 자본가와 제국주의 국가들의 욕망을 위해 노동자와 농민의 피를 흘리게 하는 전쟁이라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1917년 봄, 러시아에서 2월 혁명이 일어나 니콜라이 2세 황제가 물러났으나, 새로 들어선 러시아 임시정부는 연합국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무리하게 전쟁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이때 동부 전선의 러시아군을 빨리 무너뜨리고 서부 전선에 집중하고 싶었던 독일 제국 참모본부가 기발한 작전을 세웠습니다. 반전 혁명을 주장하는 레닌을 러시아로 들여보내 내부에서 혁명을 일으키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독일 정부는 레닌 일행 32명을 기차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는 조건으로 특별 열차('봉인 열차')에 태워 적국인 독일 영토를 안전하게 통과시켜 주었습니다. 1917년 4월 수도 페트로그라드의 핀란드역에 도착한 레닌은 굶주리고 지친 병사와 노동자들에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세 마디 구호, '평화(즉각 종전), 토지(농민에게 땅 분배), 빵(식량 해결)!'을 외치며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1917년 11월(러시아 구력 10월), 레닌과 볼셰비키는 무장 봉기를 일으켜 임시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았습니다(10월 혁명). 레닌은 국민에게 한 첫 번째 약속인 '평화'를 지키기 위해 즉시 독일과 휴전 협상에 나섰습니다. 독일군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발트해 연안 등 막대한 영토를 내놓으라는 가혹한 조건을 내걸자 볼셰비키 내부에서도 반대가 거셌으나, 레닌은 '지금은 땅을 내주더라도 신생 혁명 정권의 숨통을 살릴 시간을 벌어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1918년 3월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이 체결되면서 러시아는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완전히 발을 뺐습니다.
이후 레닌은 반볼셰비키 세력(백군) 및 외국 간섭군과의 치열한 러시아 내전(1917~1922)에서 승리하고, 1921년 황폐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 요소를 일부 허용하는 신경제정책(NEP)을 도입했습니다. 1922년 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소련)을 정식 출범시킨 그는, 1918년 당한 암살 미수 총상의 후유증과 잇따른 뇌졸중으로 쓰러져 1924년 53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