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르 칸국은 15세기 후반 킵차크 칸국(백장 칸국)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우랄산맥 동쪽, 오브강과 이르티시강 유역의 서시베리아 평원에 세워진 이슬람-타타르 국가입니다. 이슬람 역사상 가장 북쪽에 위치했던 국가 중 하나로, 귀중한 담비와 여우 모피 무역을 장악하며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습니다.
오늘날 유라시아 북부의 광대한 대륙을 뜻하는 '시베리아(Siberia)'라는 지명은 바로 이 '시비르 칸국'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유목민 전설에 따르면 '시비르'는 '잠자는 땅' 또는 옛 유목 부족인 사비르인들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혹독한 추위와 끝없는 자작나무 숲속에서 유목민과 핀-우그리아계 원주민들이 공존하며 살아갔습니다.
16세기 후반 마지막 군주 쿠춤 칸은 중앙아시아의 부하라와 교류하며 이슬람화를 추진하고 영토를 넓혔습니다. 그러나 1581년 러시아 상인 스트로가노프 가문의 지원을 받은 전설적인 코사크 지도자 예르마크 티모페예비치의 원정대와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화약 무기를 앞세운 코사크 군대와의 처절한 공방전 끝에 수도 카슐리크가 함락되었고, 1598년 칸국이 최종 멸망하면서 러시아의 광대한 시베리아 정복과 태평양 진출의 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