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 칸국은 15세기 킵차크 칸국이 분열되면서 옛 볼가 불가르의 영토였던 볼가강 중류 유역에 세워진 타타르인들의 이슬람 국가입니다. 1438년 킵차크 칸국의 울루그 무함마드 칸이 건국하였으며, 볼가강과 카마강이 만나는 수운의 요충지를 장악하여 농업과 동서 중개 무역으로 큰 번영을 누렸습니다.
타타르어 전설에 따르면 '카잔(Kazan)'이라는 이름은 '가마솥'을 뜻합니다. 볼가강가에 불을 피우지 않고도 솥의 물이 저절로 끓는 신비로운 명당자리를 발견하여 도시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또한 도시를 짓기 전 그 언덕에는 불을 뿜는 날개 달린 거대한 뱀이자 용인 질란트(Zilant)가 살고 있었는데, 지혜로운 마법사의 도움으로 뱀들을 물리치고 도시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후 질란트는 카잔을 수호하는 상징이 되어 오늘날까지 카잔시의 공식 문장에 새겨져 있습니다.
카잔은 웅장한 모스크와 궁전, 높은 학문을 자랑하는 문화 중심지로 발전했습니다. 모스크바 대공국과는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대립하며 동유럽의 패권을 다투었습니다. 1552년 모스크바의 이반 4세(뇌제)가 이끄는 대군에 의해 수도 카잔이 함락되면서 멸망하였으나, 이들이 남긴 풍부한 이슬람-타타르 문화는 오늘날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찬란한 역사적 뿌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