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왕조(909~1171)는 동쪽의 홍해부터 서쪽의 대서양 연안에 이르는 북아프리카와 이집트, 레반트 일대를 지배했던 중세 시아파 이슬람 제국입니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딸인 파티마의 후손을 자처하며 튀니지 인근에서 건국되어 이집트를 정복하고 제국의 황금기를 열었습니다.
파티마는 오늘날 이집트의 거대 수도인 카이로를 건설하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알 아즈하르 대학교를 세운 문명적 기틀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지배층은 소수 시아파(무함마드의 사위 알리의 후손만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파)였으나 다수의 수니파 백성들을 포용하는 종교적 관용을 지녔고 동서양을 잇는 활발한 해상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습니다.
수도 카이로의 창건에 관해서는 흥미로운 별의 전설이 전해집니다. 969년 제국의 자우하르 장군이 카이로 성벽의 첫 돌을 놓기 위해 점성술사들의 지시에 따라 줄을 당겨 종을 울릴 신호를 기다리게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줄을 건드려 예정보다 일찍 종이 울리고 말았습니다. 마침 하늘에는 화성(아랍어로 알 카히르, '정복자' 또는 '승리자'라는 뜻)이 붉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점성술사들은 이를 보고 화성의 불길함 대신 '이 도시의 이름을 알 카히라(오늘날의 카이로)라 지어 정복자의 도시로 삼으니, 영원히 적에게 무너지지 않는 찬란한 번영을 누릴 것이다'라고 예언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