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과 가즈니의 통치자 (미르자)
"카불은 인도와 호라산 사이를 잇는 위대한 교역의 관문이자, 사계절 내내 맑은 바람이 부는 천혜의 요충지이다."— 카불과 가즈니를 다스리며 도시를 번영으로 이끌 때 남긴 기록
울루그 베그 2세(Ulugh Beg II, 15세기 중반~1501년경)는 15세기 후반 아프가니스탄의 카불(Kabul)과 가즈니(Ghazni)를 30년 넘게 다스린 티무르 왕조의 군주입니다. 무굴 제국의 건국자인 바부르의 친삼촌으로, 그가 카불에 구축해 놓은 안정된 통치 기반과 도시 인프라는 훗날 바부르가 인도 정복을 시작하는 결정적인 발판이 되었습니다.
울루그 베그 2세는 티무르 제국의 통일 군주였던 아부 사이드 미르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469년 아버지가 카라 코윤루와의 전쟁에서 전사하자, 티무르 제국의 광대한 영토는 형제들에게 분할되었습니다. 이때 울루그 베그는 힌두쿠시산맥 남쪽의 요충지인 카불과 가즈니를 배정받아 독자적인 영지를 구축했습니다.
주변 형제들이 사마르칸트와 페르가나, 헤라트의 패권을 놓고 끊임없는 내전에 휩싸였던 것과 달리, 울루그 베그 2세는 카불을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통치했습니다. 그는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 무역로를 정비하여 카불을 번영하는 상업 도시로 키웠으며, 페르시아식 정원을 조성하고 학문과 예술을 후원하여 도시의 문화적 품격을 높였습니다.
1501년(또는 1502년) 울루그 베그 2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어린 아들 압두르 라자크가 뒤를 이었으나 이웃 칸다하르의 군벌 무킴 베그가 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찬탈했습니다. 카불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자, 우즈베크족에게 고향을 잃고 힌두쿠시를 넘어온 조카 바부르가 1504년 삼촌의 옛 영지를 무혈입성으로 장악했습니다. 울루그 베그 2세가 30년간 다져놓은 카불의 든든한 기반 덕분에, 바부르는 재기에 성공하여 마침내 찬란한 무굴 제국을 건국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