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술탄국의 마지막 술탄
이브라힘 로디(Ibrahim Lodi, 1480년경 ~ 1526년)는 델리 술탄국 로디 왕조의 제3대 술탄이자 델리 술탄국 전체의 마지막 통치자입니다. 1517년 명군이었던 부왕 시칸다르 로디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용맹하고 결단력 있는 군주였으나, 독립적인 성향이 강했던 아프간 부족 귀족들의 권력을 억누르고 절대적인 왕권을 확립하려 하면서 왕국 내부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습니다.
이브라힘 로디의 강경한 통치와 숙청에 위협을 느낀 펀자브 총독 다울랏 칸 로디와 숙부 알람 칸 등 유력 아프간 귀족들은, 카불의 군주 바부르에게 군대를 보내 술탄을 몰아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델리 술탄국의 극심한 내분을 기회로 포착한 바부르는 오스만식 화약 무기로 무장한 정예 군대를 이끌고 험준한 카이베르 고개를 넘어 인도로 진군했습니다.
1526년 4월 21일, 이브라힘 로디는 1,000여 마리의 전투 코끼리와 10만 대군을 이끌고 제1차 파니파트 전투에서 바부르의 1만 2천 군대와 격돌했습니다. 수적으로 압도적이었으나, 바부르가 친 700여 대의 수레 방진에서 뿜어나오는 대포와 화승총의 굉음에 놀란 코끼리들이 뒤돌아서며 자국 군대를 무자비하게 짓밟았습니다. 진형이 무너지는 대혼란 속에서도 이브라힘 로디는 도망치지 않고 최전선에서 칼을 휘두르며 결사항전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했습니다. 델리 술탄국 320년 역사에서 전장에서 전사한 유일한 술탄이었으며, 승리한 바부르조차 그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여 파니파트 전장에 그의 묘역을 정중히 조성해 주었습니다. 그의 죽음과 함께 로디 왕조와 델리 술탄국은 완전히 막을 내렸고, 인도에 새로운 무굴 제국의 시대가 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