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왕'(le Victorieux)이라 불리는 샤를 7세는 역사상 가장 힘들게 왕위에 오른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친아버지인 샤를 6세는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고, 영국 왕 헨리 5세는 이를 이용해 그에게 억지로 조약(트루아 조약)에 서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조약으로 인해 샤를은 하루아침에 왕위 계승권(도팽)을 빼앗기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얼마 뒤 아버지와 영국 왕이 모두 죽자, 영국은 태어난 지 갓 9개월 된 영국의 갓난아기를 프랑스의 진짜 왕이라고 우겼습니다. 많은 프랑스인들은 도팽 샤를을 지지했지만, 전통적인 대관식이 열리는 도시 랭스가 영국군에게 점령당해 있어 정식으로 왕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남쪽으로 도망쳐 숨어 지내며 우울증에 빠져 있던 그는 스스로가 진짜 왕의 핏줄이 맞는지조차 의심하며 괴로워했습니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의 운명은 잔다르크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바뀝니다. 잔다르크는 그의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아주었고, 군대를 이끌어 영국군을 무찌른 뒤 1429년 그를 무사히 랭스 대성당까지 호위했습니다. 샤를은 마침내 그곳에서 성스러운 대관식을 치르고 나서야 진짜 왕인 '샤를 7세'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작은 위태로웠지만, 샤를 7세는 뛰어난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재위 후반기에 그는 유럽 최초의 상비군을 만들고 강력한 대포 부대를 도입하는 등 프랑스 군대를 크게 개혁했습니다. 이렇게 강해진 군대를 바탕으로 그는 마침내 영국군을 모두 몰아내어 백년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냈고, 프랑스의 왕권을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