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3년 무렵, 과거 지중해를 호령하던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은 쇠퇴를 거듭하여 수도 콘스탄티노플과 주변의 작은 영토만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반면, 새롭게 떠오르는 강국 오스만 제국의 젊은 술탄 메흐메트 2세는 이 천년의 고도를 정복하겠다는 야망에 불타올랐습니다. 하지만 콘스탄티노플은 지난 천 년 동안 수많은 외적의 침입을 모두 막아낸 난공불락의 '테오도시우스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 거대한 삼중 성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메흐메트 2세는 우르반이라는 헝가리 출신 기술자를 고용하여 길이가 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우르반 거포(Cannon)'를 비롯한 수많은 대포를 전장에 투입했습니다.
1453년 4월, 마침내 포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거대한 대포들이 불을 뿜으며 고대의 성벽을 무자비하게 파괴했습니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 11세 황제가 이끄는 비잔티움 수비대는 낮에 부서진 성벽을 밤마다 나무와 흙으로 끈질기게 수리하며 버텼습니다. 오스만군은 바다 쪽에서도 공격을 시도했지만, 비잔티움 측이 주요 항구인 금각만 입구에 거대한 쇠사슬을 쳐놓아 배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메흐메트 2세는 역사에 남을 기발한 전술을 지시합니다. 바로 산언덕에 기름칠을 한 나무 길을 깔고, 그 위로 수십 척의 군함을 육지로 끌어당겨 산을 넘은 뒤 금각만 바다에 띄운 것입니다! 이 놀라운 작전으로 인해 수비대는 바다 쪽 성벽까지 방어해야 했고, 적은 병력은 더욱 분산되고 말았습니다.
끊임없는 포격과 공격에 시달리던 5월 29일, 오스만군은 총공세를 펼쳤습니다. 지칠 대로 지친 수비대는 필사적으로 싸웠으나, 치열한 전투 와중에 성벽의 작은 문 하나가 실수로 열려 있는 틈을 타 오스만군이 성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방어선이 무너지는 것을 본 콘스탄티누스 11세 황제는 황제의 상징을 벗어 던지고 병사들과 함께 적진으로 뛰어들어 장렬하게 전사했습니다. 마침내 콘스탄티노플은 함락되었고, 메흐메트 2세는 도시 이름을 이스탄불로 바꾸며 승리자로 입성했습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아주 큰 두 가지 의미가 있었습니다. 첫째, 비잔티움 제국은 고대 로마 제국에서 그대로 이어진 진짜 로마였기 때문에 이 사건은 무려 1,500년 넘게 이어져 온 위대한 로마 제국 역사의 '완전한 끝'을 의미했습니다. 둘째, 동양의 비단과 향신료를 서양으로 전해주던 중요한 무역로가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제국에 의해 꽉 막혀버렸습니다. 동양의 물건을 구하기 힘들어진 유럽 사람들은 결국 아시아로 가는 아예 새로운 바닷길을 찾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떠나야만 했고, 이것이 훗날 콜럼버스나 마젤란이 활약하는 웅장한 '대항해시대'를 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