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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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할둔

역사학자·철학자·정치가

아랍 / 마그레브 (하프스 왕조·맘루크 술탄국) 1332년 ~ 1406년 (나이: 74세)
"과거는 미래와 물 한 방울이 다른 물 한 방울과 닮은 것보다 더 닮아 있다."
— 《역사서설(무깟디마)》에서 역사의 보편적 발전 법칙과 순환성을 역설하며

생애

이븐 할둔(1332년 ~ 1406년, 전체 이름: 왈리 앗 딘 아브드 알 라흐만 이븐 무함마드 이븐 할둔)은 현대 사회학과 역사철학, 경제학의 기초를 놓은 14세기 이슬람 세계 최고의 사상가이자 역사가입니다.

출생과 학문적 성장

이븐 할둔은 1332년 튀니스(현 튀니지)의 명문 안달루시아계 아랍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코란, 아랍 문학, 이슬람 법학, 철학, 수학 등 당대 최고의 학문을 깊이 배웠으나, 1348년 북아프리카를 휩쓴 흑사병으로 부모와 스승들을 모두 잃는 큰 비극을 겪었습니다.

파란만장한 정계 생활과 외교 활동

청년이 된 이븐 할둔은 튀니스의 하프스 왕조, 모로코 페스의 마린 왕조, 이베리아반도 그라나다의 나스르 왕조 등을 오가며 재상, 비서관, 특사로 활약했습니다. 그라나다 술탄의 특사로 카스티야 왕국의 페드로 1세와 평화 협상을 맺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아프리카 여러 왕조 간의 치열한 암투와 정쟁에 휘말려 투옥과 추방을 거듭하며 정치적 환멸을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은둔과 《역사서설》 집필

1375년 복잡한 정계를 떠난 이븐 할둔은 오늘날 알제리의 한 외딴 요새(칼라트 이븐 살라마)에 머물며 4년간 학문 연구에만 몰두했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인류 역사학의 기념비적 저작인 《보편사(키타브 알 이바르)》와 그 서문인 《역사서설(무깟디마)》을 집필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사건 나열을 넘어 기후, 지리, 경제, 사회 구조가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유목민의 강력한 집단 결속력인 '아사비야'가 제국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는 획기적인 이론을 정립했습니다.

카이로에서의 말년과 티무르와의 대담

1382년 이집트 카이로로 건너간 그는 명문 알아즈하르 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말리크파 최고 대법관(카디)에 임명되었습니다. 1401년 초 티무르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를 포위했을 때, 70세의 이븐 할둔은 성벽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 티무르의 진영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티무르와 여러 차례 깊은 대담을 나누며 유목민의 연대성과 제국의 흥망성쇠를 논했고, 티무르는 그의 높은 학식에 감탄하여 안전 통행증을 내주었습니다. 카이로로 무사히 돌아온 이븐 할둔은 1406년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