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천조제(본명 야율연희)는 1075년에 태어났습니다. 1101년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요나라의 9대 황제가 되었을 때, 그는 동북아시아를 호령하던 강력한 제국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천조제는 백성들의 삶을 돌보는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매일 사냥을 즐기고 화려한 잔치를 여는 놀이에만 푹 빠져 있었습니다.
특히 천조제는 매사냥을 광적으로 좋아했는데, 이는 요나라의 파멸을 부르는 불씨가 되었습니다. 그는 '해동청'(동쪽 바다에서 나는 푸른 매)이라는 날쌔고 신비로운 매를 얻기 위해 여진족 백성들에게 끊임없이 매를 잡아 바치라고 혹독하게 강요했습니다. 유목민들 사이에서 해동청은 바람의 힘을 지닌 신성한 하늘의 정령으로 여겨졌는데, 이 귀한 매를 잡기 위해 수많은 여진족 사냥꾼들이 험난한 얼음산과 늪지대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천조제의 잔인한 행동은 여진족들의 마음에 깊은 원망과 뜨거운 분노를 심었고, 결국 완안아골타를 중심으로 뭉쳐 반란을 일으키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1112년, 천조제는 꽁꽁 얼어붙은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즐기는 큰 잔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여진족의 부족장들을 위협하기 위해 자신을 위해 일어나 춤을 추라고 명령했습니다. 다른 추장들은 겁에 질려 억지로 춤을 추었지만, 완안아골타만큼은 꼿꼿이 선 채로 황제를 매섭게 노려보며 춤추기를 거부했습니다. 신하들이 아골타를 죽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했지만, 천조제는 아골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살려 보내주었고, 이는 그의 평생에 가장 큰 후회가 되었습니다. 결국 1115년 아골타가 이끄는 금나라 군대가 쳐들어왔을 때, 설상가상으로 요나라 내부에서 황실 종친인 야율장노가 황제를 몰아내려는 큰 반란을 일으켜 요나라 군대는 혼란에 빠졌고, 호보답강 전투에서 금나라 철갑기병에게 처참하게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금나라 군대가 요나라의 수도들을 차례차례 점령하는 동안, 천조제는 서쪽 사막과 머나먼 초원 지대로 끊임없이 도망쳐 다녔습니다. 1125년, 결국 그는 금나라의 장군 완안누실에게 생포되었고, 이로써 210년 동안 동북아시아를 지배했던 거란족의 요나라는 쓸쓸하게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생포된 천조제는 금나라로부터 '해빈왕'(바닷가에 사는 왕이라는 뜻의 얕잡아 부르는 호칭)으로 강등당해 쓸쓸하게 유배 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도망칠 때, 하늘의 요나라 수호신이 백색 사슴으로 나타나 무너져가는 나라를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신비로운 전설이 거란족 사이에서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