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투스는 단순한 왕국이 아니라 두 세계를 잇는 거대한 다리였습니다. 흑해의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아나톨리아 북부에서 탄생한 이 나라는 바닷길을 지배하며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했습니다. 왕가는 페르시아 제국의 위엄과 그리스의 자유로운 문화를 동시에 품었죠. 동양의 비단과 서양의 철학이 이곳에서 뒤섞이며, 폰투스는 그 자체로 찬란하게 빛나는 문명의 교차로가 되었습니다.
폰투스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인물은 단연 미트리다테스 6세입니다. 로마를 벌벌 떨게 했던 그의 탄생은 불길한 징조와 함께했습니다.
그가 태어나던 날, 그리고 왕좌에 오르던 날, 하늘에는 태양만큼이나 밝은 혜성이 70일 동안이나 불타올랐다고 합니다. 마치 세상을 뒤흔들 왕이 왔음을 알리듯 말이죠.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아버지가 독살당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소년은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그는 아무도 찾지 않는 깊은 숲속으로 도망쳤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매일 조금씩, 치명적이지 않은 양의 독을 삼키며 자신의 몸을 단련했습니다. 이 지독한 훈련 끝에 그는 세상의 모든 독을 이겨내는 불사의 몸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를 후대 사람들은 '미트리다테스 요법'이라 부르게 되었죠.
운명의 장난일까요? 먼 훗날 로마의 폼페이우스에게 패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독을 마셨을 때, 그의 몸은 독을 거부했습니다. 평생을 독과 싸워 이긴 대가로, 그는 가장 고통스럽게 칼로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폰투스의 땅은 신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스인들은 험준한 이 땅을 전설적인 여전사 아마조네스의 고향이라 믿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폰투스'의 어원이 된 흑해의 옛 이름 '에우세이노스 폰토스(환대하는 바다)'에 숨겨진 비밀입니다. 원래 그리스인들은 거친 폭풍과 적대적인 원주민들 때문에 이곳을 '악세이노스(Axienus, 환대하지 않는 바다)'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바다의 신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정반대로 '환대하는 바다'라고 이름을 바꿔 불렀던 것이죠. 이처럼 폰투스는 위험과 매혹이 공존하는 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