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맹(자 경략)은 5호 16국 시대 전진의 황제 부견을 도와 화북을 통일한 전설적인 승상입니다. 그는 비천한 출신이었으나 뛰어난 지략과 통치 능력을 갖추어, 훗날 '16국 시대의 제갈공명'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왕맹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이 잡는 고사(담사설슬)'입니다. 동진의 대장군 환온이 화북을 수복하기 위해 왔을 때, 화산에서 숨어 살던 왕맹이 그를 찾아갔습니다. 왕맹은 수많은 군사들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남루한 옷 속의 이를 잡으며 천하의 정세를 논했습니다. 그 비범함에 놀란 환온이 함께 남쪽으로 가자고 권유했으나, 왕맹은 이를 거절하고 훗날 전진의 부견을 만나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됩니다.
부견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왕맹은 엄격한 법을 세워 부패한 귀족들을 처단하고 백성들의 삶을 돌보았습니다. 그의 보좌 덕분에 전진은 강력한 국력을 갖추어 화북의 여러 나라들을 차례로 정복하고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고구려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불교를 전해주는 등 외교와 문화 발전에도 큰 공을 세웠습니다.
375년, 왕맹은 병이 깊어 죽음을 앞두고 부견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습니다. '동진은 비록 약해 보이나 정통성이 있으니 결코 공격하지 마시고, 내부의 선비족과 강족을 경계하십시오.' 하지만 그가 죽은 뒤 부견은 이 충고를 잊고 동진을 공격했다가 '비수대전'에서 참패하여 나라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왕맹의 존재 자체가 전진의 운명이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