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남풍(가후)은 서진의 개국 공신인 가충의 딸로, 2대 황제인 혜제 사마충의 부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역사 기록에서 매우 추한 외모를 가졌으나 지략과 투기가 엄청났던 인물로 묘사됩니다. 아버지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 덕분에 황후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그녀는, 지능이 부족하여 정사를 돌볼 수 없었던 남편 혜제를 대신해 서진의 실질적인 최고의 권력자로 군림하며 천하를 호령했습니다.
그녀의 끝없는 권력욕은 잔혹한 광기로 이어졌습니다. 질투심이 무척 강했던 가남풍은 황제의 아이를 가진 후궁들을 직접 잔인하게 해치기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또한 황실의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자신의 권위를 위협하는 '외척(황제의 어머니 쪽 친척)' 세력들을 차례로 제거했습니다. 291년, 그녀는 황제의 외조부인 양준 일가를 몰아내기 위해 지방에 머물던 왕들을 도성으로 불러들였는데, 이는 서진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피로 물들인 대재앙, '팔왕의 난'이 폭발하는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가남풍은 이용 가치가 없어진 왕들을 서로 의심하게 하고 죽이게 만드는 교묘한 암투를 벌이며 공포 정치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도를 넘은 만행은 결국 파국을 불러왔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영원히 지키기 위해 친아들이 아니었던 태자 사마휼을 모함하여 유폐시킨 뒤 잔인하게 살해하자, 이에 분노한 조왕 사마륜이 군사를 일으켜 궁궐로 들이쳤습니다. 300년, 가남풍은 황후의 자리에서 쫓겨났고, 결국 금가루를 탄 독주(금설주)를 강제로 마시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녀의 지나친 탐욕과 잔인한 통치는 통일 왕조였던 서진이 불과 50여 년 만에 허망하게 무너지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